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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100억 원 이상 기부자가 늘고 있다. 한 번에 100억 원을 쾌척한 초고액 기부자가 있는가 하면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이어온 누적형 기부, 건물 등 부동산 형태로 기부하는 현물 출연형 등 유형도 다양하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최근 유휘성 씨가 자연계 캠퍼스 중앙광장 건립 기금 6억 원을 추가 기부하면서 누적 기부액이 100억 원을 넘어섰다. 유 씨는 고려대 상과대학 58학번으로, 차 없이 대중교통과 도보로 생활하며 매년 월곡동 자택에서 안암동 캠퍼스까지 직접 걸어와 기부금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지난 2011년 첫 10억 원 기부 이후 올해까지 14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경영대학 신경영관 건립 기금, 인성장학기금, 의학발전기금, 생활비 장학금 등으로 이어졌고 특히 2017년에는 잠원동 아파트를 통째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 등 100억 기부를 제도화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연세대는 발전 기금 기부자 명예의 전당에서 100억 원 이상 기부자를 ‘언더우드’로 분류해 예우하고 있다. 이어 자유(50억 원 이상), 진리(10억 원 이상), 무악(3억 원 이상), 청송(1억 원 이상) 등 단계별로 명예의 전당을 운영한다. 언더우드 기부자로는 삼성전자·에스엘바이젠 등 기업을 비롯해 현영숙 이재운장학회 상근이사·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도 100억 원 이상을 출연한 고액 기부자를 ‘에스엔유골드아너클럽(SNU Gold Honor Club)’ 멤버로 공개하고 있다. 삼성과 SK, LG 등 기업과 김정식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 유회진 동아대 교수 등이 서울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00억 원 이상의 초고액 기부인 만큼 방식도 다양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기부를 이어오는가 하면 큰 금액을 일시금으로 내는 기부 등이다.
권오춘 동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기부를 이어오며 누적 기부액이 113억 원에 이르렀다. 반면 이규용 나자인 회장은 지난 2023년 성균관대에 100억 원을 일시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경제학 박사)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장기간 누적해서 기부금을 전하는 방식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대학에 큰 힘이 된다. 매년 기부금이 들어온다는 전제를 두고 장학·연구 지원 제도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큰 기부액이 일시금으로 들어오는 경우엔 연구센터·강의동 건립 등 기부 취지가 비교적 명확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고액 기부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투명성과 체감 등은 향후 대학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얼마를 받아 어디에 썼는지 학생과 연구자·교수 등이 체감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할 때 기부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교육학 박사)은 통화에서 “기부금은 선의로 맡겨진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집행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지 않으면 기부자뿐 아니라 학생·학부모·동문에게도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익명 기부일수록 얼마를 받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차관은 이어 “초고액 기부 뉴스는 해당 대학의 경쟁력을 의미하곤 한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실제 학생·연구자·교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쓰여야 한다. 이를 통해 기부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